삶, 사랑, 문학
뽀뽀 이야기 (1)
안녕하세요, 제가 바로 뽀뽀예요. 울 엄마가 요새 저에 대한 글을 쓰신다고 이것저것 자꾸 물어보시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제 이야기는 저 스스로 하는 게 훨씬 나을 것 같았어요. 뭐 울 엄마가 제 사정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엄마는 저를 만나기 전에 제가 어떻게 살았는지 자세히는 모르시잖아요. 그래서 이렇게 제가 직접 이야기를 하려고 해요.
처음에 어떻게 집을 나와 길을 잃었는지 그 때 상황은 기억이 잘 나지 않아요. 정신을 차린 곳은 어떤 철장케이지 안이었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그곳을 유기견 보호소라고 부르더군요. 몸을 움직이려고 했는데 마음대로 되지 않았어요. 길거리를 헤매다가 교통사고가 났고 저는 크게 다쳐 움직일 수가 없었던 거예요. 많이 아팠지만 참았어요. 엄마가 오시면 병원에 데리고 가실 테니까요. 그런데 계속 기다렸던 엄마는 오지 않았어요. 대신 잘 모르는 예쁜 누나들이 저를 찾아와서 사진을 찍고 눈물도 닦고 하더니 저를 병원으로 데리고 갔어요. 병원에서 다시 저는 정신을 잃었고 큰 수술을 했습니다.
병원에서 지내는 동안 저와 비슷한 처지의 다른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제 처지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유기견이 된 것이고 엄마는 저를 다시 찾지 않을 것이고 사진을 찍은 예쁜 누나들은 유기견을 돕는 카페 회원이며 특별히 저를 도와주는 좋은 누나들이라는 것 등등...... 그 때는 잘 몰랐는데 그 누나들이 돈을 모아서 저를 병원에 보내주었고 만약 그때 제대로 치료받지 못했다면 저는 그곳에서 무지개다리를 건널 수밖에 없었다고 해요.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그 누나들에게 정말 감사드립니다.
병원에 있는 동안 저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어요. 의사 선생님이 그러시는데 수술이 아주 잘 되었기 때문에 저는 다시 건강해질 것이고 그럼 다른 입양자가 저를 데리고 갈 수도 있다고 말씀하셨거든요. 선생님 말씀대로 저는 다시 걸을 수 있게 되었고 병원 안 다른 친구들과의 서열 경쟁에서도 대장을 먹을 정도로 건강해졌어요. 그렇지만 저를 데려갈 입양자는 나타나지 않았어요.
그렇게 저는 의왕에 있는 한 위탁소에 가게 되었습니다. 그곳에는 저와 같이 버림받거나 길을 잃은 강아지들이 많이 있었어요. 건강한 친구도 있었지만 나이가 많거나 아픈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저는 그곳에서도 기다렸어요. 누군가 저를 금방 데려갈 거라고 생각했지요. 실은 제가 외모가 좀 되거든요. 다들 저를 보고 여왕님 같다, 여신님 같다 그런 말을 많이 해요. 실은 저 남자인데...ㅋㅋ 제가 눈을 깔고 조용히 엎드려 있으면 다들 예쁘다고 난리에요. 하지만 아무도 저를 가족으로 맞이해주지 않았어요. 그동안 많은 친구들이 새로운 가족을 만나 떠나는 걸 혼자 지켜보고 있었지요.
실은 저도 입양 기회가 전혀 없었던 건 아니었어요. 위탁소에서 지내게 된지 1년 정도 지났을 때 어느 겨울 눈이 많이 오던 날 위탁소 아빠가 목욕도 시켜주시고 새 옷도 입혀주시더니 어떤 누나가 저를 차에 태웠습니다. 저는 왠지 그 길이 무척 설레고 기분 좋았지요. 도착한 곳은 엄마, 아빠, 누나 둘이 있는 집이었습니다. 다들 저를 예뻐하고 한 누나는 침대위에 저를 올려놓고 잠도 같이 자자고 했어요. 이제 저는 가족이 생겼구나 기뻤죠. 다음날 아침 가족들은 모두 외출을 하고 저는 집에 혼자 남겨졌어요. 실은 좀 무서웠어요. 위탁소 작은 공간에서만 지내다가 이렇게 트인 공간에서 혼자 있는 게 익숙하지 않았거든요. 그리고 집 밖에서 수상한 소리도 났고요. 그래서 좀 짖었는데 기분이 나아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계속 짖었지요. 가족을 위해 집도 지키고 싶었고 얼른 가족들이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고요. 그리고 위탁소에서는 신문지 위에서 배변을 하면 됐는데 이 집에서는 어디에 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어요. 어짜피 그곳에서 계속 살아야 하니 제 채취도 남길 겸 해서 여기저기 집안에 쉬야를 했지요.
그런데 가족들이 집에 오고 나서 저를 대하는 태도가 좀 달라졌어요. 오자마자 저에게 소리를 지르며 막 혼내는 겁니다. 그러더니 어디에 전화를 걸어 한참 이야기를 하시더니 그 누나들이 다시 와서 저를 위탁소로 데리고 왔어요. 위탁소 아빠와 누나들이 하는 말을 들으니 그 가족 중 엄마가 많이 아파서 저를 키울 수가 없다고 했대요. 어떤 누나는 심장암이라는 말은 들어본 적도 없다면서 화를 막 내다가 저와 눈이 마주치니 저를 막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는 거예요. 제가 집에서 좀 짖었다고 입양되고 며칠도 안 지나서 저를 다시 파양시켰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심장암이라는 말도 안 되는 병명을 대면서 저를 키울 수가 없다고 했대요.
가족이 생겼다고 설레던 마음으로 잠도 제대로 못 잤었는데 저는 이렇게 다시 버림을 받게 되었어요. 처음 길을 잃고 사고가 났을 때 기다리던 엄마가 오지 않았지만 그래도 저는 새로운 가족을 만날 거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일 년이 지나고 드디어 입양이 되는 줄 알았는데 다시 파양...... 이전과 다르게 저는 많이 절망했어요. 그저 사람과 함께 살고 싶었던 것뿐인데 그게 힘든 것일 줄은 몰랐거든요. (2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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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뽀뽀는 ‘유기견을 사랑해주세요(유사주) http://cafe.daum.net/dooc77' 카페를 통해 입양한 강아지입니다. 2009년 10월 당시 세 살 정도였던 뽀뽀는 교통사고로 골반이 부러진 채 발견되어 카페 후원으로 수술 및 치료를 받았고 완치되었으나 입양희망자가 없어서 의왕의 한 위탁소에서 무려 2년 이상을 지내왔습니다. 개의 수명이 10-15년이니 뽀뽀는 가장 활발하게 활동했을 청년의 때를 위탁소에서 지내왔던 거죠. 그리고 가슴 아픈 한 번의 파양을 겪었습니다. 실제로 뽀뽀는 예쁘고 얌전하고 사람을 많이 좋아합니다. 단지 이름 있는 품종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리고 빈 집에서 크게 짖었다는 이유로 간절한 기다림을 외면당했고 또 한 번의 상처를 받게 된 것입니다.
개는 원래 동굴에서 살던 습성이 있어서 오히려 넓은 공간에 나가게 되면 불안해할 수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낯선 곳에서는 더욱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배변구역도 정해지고 환경에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필요하고요. 새 가족을 맞이할 때는 서로를 이해하려는 열린 마음이 가장 중요한 법입니다.
처음에 어떻게 집을 나와 길을 잃었는지 그 때 상황은 기억이 잘 나지 않아요. 정신을 차린 곳은 어떤 철장케이지 안이었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그곳을 유기견 보호소라고 부르더군요. 몸을 움직이려고 했는데 마음대로 되지 않았어요. 길거리를 헤매다가 교통사고가 났고 저는 크게 다쳐 움직일 수가 없었던 거예요. 많이 아팠지만 참았어요. 엄마가 오시면 병원에 데리고 가실 테니까요. 그런데 계속 기다렸던 엄마는 오지 않았어요. 대신 잘 모르는 예쁜 누나들이 저를 찾아와서 사진을 찍고 눈물도 닦고 하더니 저를 병원으로 데리고 갔어요. 병원에서 다시 저는 정신을 잃었고 큰 수술을 했습니다.
병원에서 지내는 동안 저와 비슷한 처지의 다른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제 처지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유기견이 된 것이고 엄마는 저를 다시 찾지 않을 것이고 사진을 찍은 예쁜 누나들은 유기견을 돕는 카페 회원이며 특별히 저를 도와주는 좋은 누나들이라는 것 등등...... 그 때는 잘 몰랐는데 그 누나들이 돈을 모아서 저를 병원에 보내주었고 만약 그때 제대로 치료받지 못했다면 저는 그곳에서 무지개다리를 건널 수밖에 없었다고 해요.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그 누나들에게 정말 감사드립니다.
병원에 있는 동안 저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어요. 의사 선생님이 그러시는데 수술이 아주 잘 되었기 때문에 저는 다시 건강해질 것이고 그럼 다른 입양자가 저를 데리고 갈 수도 있다고 말씀하셨거든요. 선생님 말씀대로 저는 다시 걸을 수 있게 되었고 병원 안 다른 친구들과의 서열 경쟁에서도 대장을 먹을 정도로 건강해졌어요. 그렇지만 저를 데려갈 입양자는 나타나지 않았어요.
그렇게 저는 의왕에 있는 한 위탁소에 가게 되었습니다. 그곳에는 저와 같이 버림받거나 길을 잃은 강아지들이 많이 있었어요. 건강한 친구도 있었지만 나이가 많거나 아픈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저는 그곳에서도 기다렸어요. 누군가 저를 금방 데려갈 거라고 생각했지요. 실은 제가 외모가 좀 되거든요. 다들 저를 보고 여왕님 같다, 여신님 같다 그런 말을 많이 해요. 실은 저 남자인데...ㅋㅋ 제가 눈을 깔고 조용히 엎드려 있으면 다들 예쁘다고 난리에요. 하지만 아무도 저를 가족으로 맞이해주지 않았어요. 그동안 많은 친구들이 새로운 가족을 만나 떠나는 걸 혼자 지켜보고 있었지요.
실은 저도 입양 기회가 전혀 없었던 건 아니었어요. 위탁소에서 지내게 된지 1년 정도 지났을 때 어느 겨울 눈이 많이 오던 날 위탁소 아빠가 목욕도 시켜주시고 새 옷도 입혀주시더니 어떤 누나가 저를 차에 태웠습니다. 저는 왠지 그 길이 무척 설레고 기분 좋았지요. 도착한 곳은 엄마, 아빠, 누나 둘이 있는 집이었습니다. 다들 저를 예뻐하고 한 누나는 침대위에 저를 올려놓고 잠도 같이 자자고 했어요. 이제 저는 가족이 생겼구나 기뻤죠. 다음날 아침 가족들은 모두 외출을 하고 저는 집에 혼자 남겨졌어요. 실은 좀 무서웠어요. 위탁소 작은 공간에서만 지내다가 이렇게 트인 공간에서 혼자 있는 게 익숙하지 않았거든요. 그리고 집 밖에서 수상한 소리도 났고요. 그래서 좀 짖었는데 기분이 나아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계속 짖었지요. 가족을 위해 집도 지키고 싶었고 얼른 가족들이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고요. 그리고 위탁소에서는 신문지 위에서 배변을 하면 됐는데 이 집에서는 어디에 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어요. 어짜피 그곳에서 계속 살아야 하니 제 채취도 남길 겸 해서 여기저기 집안에 쉬야를 했지요.
그런데 가족들이 집에 오고 나서 저를 대하는 태도가 좀 달라졌어요. 오자마자 저에게 소리를 지르며 막 혼내는 겁니다. 그러더니 어디에 전화를 걸어 한참 이야기를 하시더니 그 누나들이 다시 와서 저를 위탁소로 데리고 왔어요. 위탁소 아빠와 누나들이 하는 말을 들으니 그 가족 중 엄마가 많이 아파서 저를 키울 수가 없다고 했대요. 어떤 누나는 심장암이라는 말은 들어본 적도 없다면서 화를 막 내다가 저와 눈이 마주치니 저를 막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는 거예요. 제가 집에서 좀 짖었다고 입양되고 며칠도 안 지나서 저를 다시 파양시켰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심장암이라는 말도 안 되는 병명을 대면서 저를 키울 수가 없다고 했대요.
가족이 생겼다고 설레던 마음으로 잠도 제대로 못 잤었는데 저는 이렇게 다시 버림을 받게 되었어요. 처음 길을 잃고 사고가 났을 때 기다리던 엄마가 오지 않았지만 그래도 저는 새로운 가족을 만날 거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일 년이 지나고 드디어 입양이 되는 줄 알았는데 다시 파양...... 이전과 다르게 저는 많이 절망했어요. 그저 사람과 함께 살고 싶었던 것뿐인데 그게 힘든 것일 줄은 몰랐거든요. (2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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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뽀뽀는 ‘유기견을 사랑해주세요(유사주) http://cafe.daum.net/dooc77' 카페를 통해 입양한 강아지입니다. 2009년 10월 당시 세 살 정도였던 뽀뽀는 교통사고로 골반이 부러진 채 발견되어 카페 후원으로 수술 및 치료를 받았고 완치되었으나 입양희망자가 없어서 의왕의 한 위탁소에서 무려 2년 이상을 지내왔습니다. 개의 수명이 10-15년이니 뽀뽀는 가장 활발하게 활동했을 청년의 때를 위탁소에서 지내왔던 거죠. 그리고 가슴 아픈 한 번의 파양을 겪었습니다. 실제로 뽀뽀는 예쁘고 얌전하고 사람을 많이 좋아합니다. 단지 이름 있는 품종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리고 빈 집에서 크게 짖었다는 이유로 간절한 기다림을 외면당했고 또 한 번의 상처를 받게 된 것입니다.
개는 원래 동굴에서 살던 습성이 있어서 오히려 넓은 공간에 나가게 되면 불안해할 수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낯선 곳에서는 더욱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배변구역도 정해지고 환경에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필요하고요. 새 가족을 맞이할 때는 서로를 이해하려는 열린 마음이 가장 중요한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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