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지내던 위탁소에는 한 달에 한 번 예쁜 누나나 형들이 와서 목욕도 시켜주고 산책도 시켜줘요. 그 때만 우리는 실외로 나갈 수가 있었어요. 처음엔 그 사람들 중 나의 가족이 있을까 기대도 했지만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도 저를 찾는 사람들이 없어서 거의 포기하고 있었습니다.그래도 저는 건강했고 친구들과 지내는 생활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위탁소 최고참인 저는 많은 친구들이 거쳐 가는 것을 지켜봐야 했어요. 그런데 너무 나이 많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오기도 해요. 심장사상충에 걸려 꾸준히 병원에 다니며 치료 받고 약을 먹어야 해서 가정에서 세심하게 돌봐줘야 하는데도 갈 곳이 없어서 위탁소로 오는 친구들도 있었고요. 오히려 건강하고 나이 어린 친구들은 쉽게 가정과 연결이 되더군요. 이런 점들이 마음이 아팠습니다.
위탁소 아빠가 특별히 저와 주원이 털을 빗겨주던 날을 잊지 못해요. 문 밖에는 낯선 차가 주차하는 소리가 들렸고, 위탁소 아빠는 주원이를 번쩍 안아서 데리고 나가셨어요. 친구들은 서로 자기도 안아달라고 짖어대고 난리가 났지요. 그러더니 다시 들어와서 저를 안고 밖으로 나가셨어요. 위탁소 아빠가 가슴줄도 하지 않고 케이스에도 넣지 않은 채 저를 안고 나가는 일은 흔하지 않는 일이었어요. 설마.... 설마....
밖에 나갔더니 어떤 가족이 환히 웃으면서 저를 보고 인사를 해주었어요. 차에는 이미 주원이가 타 있었는데 주원이는 아직 나이가 어려서 뭘 모르는지 차 안에서 뛰어다니며 난동을 피우고 있었고요. 저는 자동차 뒷자리에 아이들과 같이 앉았어요. 초가을이라 날은 더웠지만 되도록 얌전하게 있으려 했어요. 눈치 없는 주원이는 무슨 일인지도 모르고 뛰어 다녀서 제가 한 번 크게 웡~! 짖어서 진정시키기도 했고요.
집에 오자마자 엄마처럼 보이는 사람은 계속 사진을 찍어대고 아이들은 우리를 쓰다듬어 주기도 하고 안아 주기도 하면서 예뻐했어요. 활발한 주원이가 정신없이 뛰어다니고 냉장고며 싱크대며 여기저기 마킹을 하며 다녀도 엄마는 그냥 웃으며 치워줬고 우리를 혼내지는 않았어요. 집안을 살펴보니 예쁜 개 집 두개가 나란히 놓여 있는데 아무도 사용한 흔적이 없는 걸 보니 우리를 위한 집인 것 같았습니다. 밤에는 엄마가 우리가 걱정되는지 방에 안 들어가고 소파에서 주무시더라고요. 우리도 소파 아래 자리를 잡고 편안하게 그 밤을 보냈어요.
이렇게 갑자기 저에게 가족이 생겼어요. 엄마는 제가 심심할까봐 주원이와 함께 입양을 하게 됐다고 해요. 주원이도 믹스견으로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주인공 이름이 붙여진 녀석입니다. 주원이는 한 살 정도에 유기가 되어서 위탁소에서 일 년 이상 저와 같이 지냈고 오랫동안 입양이 되지 않던 아이였어요. 긍정적이고 사람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다 좋은데 너무 눈치가 없어요. 저렇게 집안을 미친 듯이 뛰어다니다가 다시 위탁소로 돌아지나 않을지 전 걱정이 되었어요. 그래서 제가 가끔은 정신 차리라고 짖기도 하고 몸으로 막기도 하면서 주원이를 진정시키기도 했지요. 주원이는 어려서 유기되고 바로 위탁소에 보내져서 지금도 발바닥이 보드라운 분홍색이에요. 땅을 밟아본 적이 많이 없어서 아직 제대로 굳은살이 박혀있지 않아 처음 산책을 나갔을 때는 발바닥에 물집이 잡히기도 했거든요. 다시 위탁소로 돌아가는 건 너무 어린 나이에 유기견이 된 주원이에게 더 가혹할 테니까요.
사람과 사는 게 무조건 다 좋은 것만은 아니에요. 솔직히 우리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면 시간이 필요하잖아요. 가족들이 우리를 대하는 태도를 이해하기까지 우리도 가족들을 많이 기다려야 했고요. 처음엔 가족들이 우리와 함께 생활하는 게 적응이 안 되서 서로 불편한 점이 많이 있었어요. 그러나 우린 서로 그 시간들을 잘 이겨낸 것 같아요. 지금은 가족들의 발소리만 들어도 누군지 잘 아는 사이가 되었거든요. 특히 아빠가 밤늦게 퇴근할 때도 현관 앞으로 뛰어가 꼬리치며 반기지만 소리 내서 짖지는 않아요. 아파트에서 밤에 짖으면 이웃에게 피해가 간다고 엄마가 말해주셨거든요. 그리고 형과 누나는 아직 나이가 어리지만 우리를 함부로 대하지 않아서 좋아요. 가끔은 어린 아이들이 우릴 장난감처럼 대해서 힘들 때도 있었어요. 우리에게도 감정이 있고 생각이 있고 그리고 우리를 보호할 수 있는 날카로운 이빨이 있어요. 우리를 위협하거나 장난감처럼 마음대로 하려고 하는 아이들이 있을 때는 어른들이 우리를 사랑해주는 법을 잘 가르쳐주면 좋겠어요.
참, 그 사이에 가족이 더 늘었어요. 오지랖 넓은 엄마가 다시 땡글이라는 시츄 누나를 데리고 왔어요. 이 누나 정말 까칠해요. 천방지축 주원이를 눈빛으로 단숨에 제압하는 걸 보고 저는 아예 접근을 안 해요. 덩치 제일 큰 주원이가 제일 작은 땡글이 누나에게 장난감 다 빼앗기고 눈치 보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해요.. ㅋㅋㅋ 아무튼 우리는 이 집의 최고참 햄스터 ‘몽실이’까지 모두 함께 재미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엄마께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사랑하는 엄마. 우리 배변패드 좀 자주 갈아주세요. 우리가 다른 곳에 쉬야 하는 게 하고 싶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고요. 뽀송뽀송한 배변패드 위에서 발바닥 깨끗하게 쉬야 하고 싶거든요. 그리고 우리 물 좀 자주 챙겨 주세요. 우리들은 물을 자주 많이 먹어요. 수시로 물그릇을 확인해주세요. 제발 엄마, 조금만 부지런해주세요. 네? 물론 그래도 엄마 많이 사랑하지만요.
그리고 엄마, 제가 나이를 먹으면서 건강하지 않아도 계속 저를 돌봐 주세요. 사람들이 나이를 먹는 것처럼 우리도 똑같이 나이를 먹어요. 단지 사람보다 수명이 조금 짧을 뿐이에요. 우리도 언젠가는 세상을 떠날 날이 오겠죠. 엄마, 그 때 제 곁에서 저를 지켜봐주세요. 제가 죽어가는 걸 보기 싫다고 저를 미리 버리지는 말아 주세요. 저는 엄마의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것이고 마지막 순간에도 엄마를 사랑할 거예요. 엄마는 제 곁을 꼭 지켜줄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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