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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사랑, 문학

[자작시] 그 길 (영화 '두개의 문'을 보고)

오늘 영화 <두개의 문>을 보고 나서
몇 년 만에 허접하지만 끄적여봤습니다....

쓰자마자 바로 올리는 거라... 창피하지만
저는 제 마음을 이렇게라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제가 피해자(농성자)의 편에 더 가까이 있었다고
지금까지 생각하며 살아 왔지만
과연 그랬을까요? 저는 얼마나 그들의 아픔을 알려고 노력했었던가요....

산본으로 이사 온 후 지금까지 8년 간 저는 그 길을 매 주일 아침 지나갑니다.
ㅠㅠ

그 길 (영화 ‘두개의 문’을 보고)


 -이수미-



2009년 1월 18일 일요일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강로 2가
하나님의 긍휼이 내 삶에 임하기를 바라며 교회를 향해
지나가던
그 길
영혼 구원을 위해 기도한다며
지나가던
그 길
그곳에도 사람이 살았다는 걸 잊은 채
지나가던
그 길

그 길옆에 서 있던
남일당 건물
그 건물 위에 세워졌던
망루
그리고 그 곳에 올라간
사람들

고작 하루만에
올라간 사람들은 온 몸으로 뜨거운 분노를 화하고
세상이 버린 영혼이 되어 있었다.
그들은 살기 위해 올라갔지만
그들은 죽어서 내려왔다.

그들이 올라간 이유는
아무도 들으려 하지 않았다.
그 때는 말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말할 수 없는 사람들이 되어 있었다.

나는 스치듯 지나갔던 그 길 옆
그들은 그곳에서 살고 죽었다.


2012년 7월 16일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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