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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사랑, 문학

[예스31칼럼] 내용 없는 아름다움이 되지 않기 위해 제목 : 내용 없는 아름다움이 되지 않기 위해 내용 없는 아름다움처럼 가난한 아희에게 온서양 나라에서 온아름다운 크리스마스 카드처럼 어린 양들의 등성이에 반짝이는진눈깨비처럼-김종삼 「북치는 소년」 얼마 전 김종삼의 「묵화」라는 작품을 소개한 적이 있었는데 「북치는 소년」 역시「묵화」와 마찬가지로 생략과 압축을 통해 하고자 하는 말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할머니와 소의 말 없는 교감이 마음을 울렸던 「묵화」에서와 다르게「북치는 소년」에서의 빈 공간에는 날카로움이 숨어 있는데 이는 우리를 멈칫하게 할 정도로 강렬하다.이 작품이 쓰인 1960년대를 고려해 본다면 이 작품의 배경으로 전쟁 이후에 어렵게 살면서 서양으로부터 구조물품을 받아 지낼 수밖에 없었던 우리나라의 현실을 떠올릴 수 있을 것.. 더보기
[예스31칼럼] 굳은살 제목 : 굳은살 1.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2.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 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황동규 「즐거운 편지」 어느 날 내 손가락 끝에 굳은살이 곱게 생긴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기분 좋은 굳은살.이유는 최근 꽤 성실하게 우쿨렐레.. 더보기
[예스삼일칼럼] 이 땅의 중2들에게 어둔 바다 같구나 말없이 고여 썩어가는 저 검은 바다 밑 같구나유리창 밖에는 늘 익숙한 어둠,꽃 피는 봄과 찬란한 여름저리도 넉넉한 우리나라 가을 또한어둠 깊숙이 묻어두고기약도 그리운 마음도 없이지금 우리는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가?저마다 ? 표로 가득 찬 머리를 숙이고밑도 끝도 없이 작은 거부의 몸짓도 없이우리들은 가라앉고 있구나늪 같구나 우리가 딛고 사는 이 시대가스스로 갇혀 가라앉는 늪 같구나일어서야 하는데 뛰어가야 하는데잠든 너희들을 흔들어 깨워저 바다 건너 그리운 마을에 등불 꺼지기 전에함께 가 닿아야 하는데유리창 밖에는 어느새 겨울바람이 일고빈 나무들이며 겨울 산이 온몸으로 우는 소리늦기 전에 더 늦기 전에열다섯 어린 영혼들을 불러 깨워야 하는데나는 무엇인가?헐떡이며 넘어가는 시간에 몸을 기대고.. 더보기
[예스삼일칼럼] 복(福) (10월 20일) 삶, 사랑, 문학 제목 : 복(福)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영원히 슬플 것이오.-윤동주, 「팔복(八福)」 우리가 아는 마태복음 5장의 팔복은 윤동주의 「팔복」과는 조금 다른 내용이다.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희 것임이요,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위로를 받을 것임이요,온유한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땅을 기업으로 받을 것임이요,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배부를 것임이요,긍휼히 여기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긍휼히 여김을 받을 것임이요,마음이 청결한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하나.. 더보기
[예스삼일칼럼] 그대 함께 간다면 (10월 6일) 제목 : 그대 함께 간다면 나는 삼일교회 1회 예람제(94년)와 2회 예람제(95년)의 준비위원장이었다. 당시는 인원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예람제도 삼일교회 선교처럼 전체 행사로 진행하였다. 94년은 삼일교회에서 처음 했던 행사들이 많았다. 첫 제주선교, 첫 대만선에 이어 첫 예람제를 기획했다. 당시 청년부 인원이 40여명 정도였기 때문에 300명 참여를 목표로 했었고 행사 당일에는 A관에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했다.그리고 95년 가을, 나는 다시 2회 예람제 준비위원장이 되었다. 1회 예람제를 성공적으로 치렀다고 생각했던 터라 장소의 문제를 고민했다. A관 본당은 이미 1회 예람제 때 좌석이 부족했던 터였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회와 가까운 숙대 강당을 생각해냈고, 여러 .. 더보기
[예스삼일칼럼] 거울 (9월 15일) 삶, 사랑, 문학 제목 : 거울더운 여름 아파트 앞 구두 수선소 작은 의자에 앉아 구두 고치는 걸 구경할 때 수선소 아저씨가 말하네 글쎄 언젠가 교수님 지나가는 걸 보고 어떤 손님께 저 분이 알아주는 대학 교수라고 했더니 그분 말씀이 교수 같지 않다고 해요 그래서 제가 말했죠 아닙니다 알아주는 대학 교수입니다 제가 잘 아는 분인데 아주 소박하신 분입니다 그래요? 난 웃으며 말했지 내가 생각해도 그래요 교수가 도무지 왜소하고 품위가 없잖아요? 여기 앉아 저쪽으로 걸어가는 나를 본다면 나도 그럴 겁니다. 난 나를 본 적이 없으니까요-이승훈, 원고를 보내기 위해 2주일을 고민해도 무엇을 써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할 때, 그 때 이런 고백을 하리라 미리 생각해둔 주제가 있었다. “나는 왜 글을 쓰는가.” "관찰.. 더보기
[예스삼일칼럼] 평생에 죄나 짓지 않고 살면 좋으련만 삶, 사랑, 문학 제목 : 평생에 죄나 짓지 않고 살면 좋으련만 아버지는 내가 법관이 되기를 원하셨고가난으로 평생을 찌드신 어머니는아들이 돈을 잘 벌기를 바라셨다그러나 어쩌다 시에 눈이 뜨고애들에게 국어를 가르치는 선생이 되어나는 부모의 뜻과는 먼 길을 걸어왔다나이 사십에도 궁티를 못 벗은 나를살 붙이고 살아온 당신마저 비웃지만서러운 것은 가난만이 아니다우리들의 시대는 없는 사람이 없는 대로맘 편하게 살도록 가만 두지 않는다세상사는 일에 길들지 않은나에게는 그것이 그렇게도 노엽다내 사람아, 울지 말고 고개 들어 하늘을 보아라.평생에 죄나 짓지 않고 살면 좋으련만그렇게 살기가 죽기보다 어렵구나어쩌랴, 바람이 딴 데서 불어와도마음 단단히 먹고한 치도 얼굴을 돌리지 말아야지-정희성 1945년생인 정희성 시인의.. 더보기
[예스삼일칼럼] 나도 북어다 삶, 사랑, 문학제목 : 나도 북어다 밤의 식료품가게케케묵은 먼지 속에죽어서 하루 더 손때 묻고터무니없이 하루 더 기다리는북어들,북어들의 일 개 분대가나란히 꼬챙이에 꿰어져 있었다.나는 죽음이 꿰뚫은 대가리를 말한 셈이다.한 쾌의 혀가자갈처럼 죄다 딱딱했다.나는 말의 변비증을 앓는 사람들과무덤 속의 벙어리를 말한 셈이다.말라붙고 짜부라진 눈,북어들의 빳빳한 지느러미.막대기 같은 생각빛나지 않는 막대기 같은 사람들이가슴에 싱싱한 지느러미를 달고헤엄쳐 갈 데 없는 사람들이불쌍하다고 생각하는 순간,느닷없이북어들이 커다랗게 입을 벌리고거봐, 너도 북어지 너도 북어지 너도 북어지귀가 먹먹하도록 부르짖고 있었다.-최승호, - 감추고 싶었던 내 모습을 들킨 것처럼 나를 부끄럽게 만드는 작품들이 있다. 이 작품도 그 .. 더보기
[예스삼일칼럼] 저 산은 내려가라 하네 삶, 사랑, 문학 제목 : 저 산은 내려가라 하네 저 산은 내게 우지 마라, 우지 마라 하고 발 아래 젖은 계곡 첩첩산중 저 산은 내게 잊으라, 잊어버리라 하고 내 가슴을 쓸어 내리네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네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하덕규 작사, 곡, 양희은 노래 양귀자의 소설 은 양희은이 부른 을 듣고 이를 토대로 쓴 작품으로, 연작 소설 에 수록되어 있다. (90년대 이후로 우리 나라에서 고등학교를 나온 사람이라면 이나 은 한 번 쯤은 배웠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 어느 날 ‘나(소설가)’는 어린 시절의 친구 박은자로부터 전화를 받는다. 유명한 소설가가 된 '나'를 수소문하여 연락한 은자는, .. 더보기
[예스삼일칼럼] 직접 말하란 말이다 삶, 사랑, 문학 제목 : 직접 말하란 말이다 당신이 얼마나 외로운지, 얼마나 괴로운지 미쳐 버리고 싶은지 미쳐지지 않는지* 나한테 토로하지 마라 심장의 벌레에 대해 옷장의 나비에 대해 찬장의 거미줄에 대해 터지는 복장에 대해 나한테 침도 피도 튀기지 말라 인생의 어깃장에 대해 저미는 애간장에 대해 빠개질 것 같은 머리에 대해 치사함에 대해 웃겼고, 웃기고, 웃길 몰골에 대해 차라리 강에 가서 말하라 당신이 직접 강에 가서 말하란 말이다. 강가에서는 우리 눈도 마주치지 말자. *이인성의 소설 제목 《미쳐버리고 싶은, 미쳐지지 않는》에서 -황인숙 몇 년 전에 예스삼일에 ‘표현’에 관한 글을 연재한 적이 있었다. 마음에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더라도 무조건 참고 순종하는 것을 미덕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