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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삶/땡글이 이야기

2014년 6월 5일 땡글이 이야기

땡글이에 대한 추억이 사라지기 전에

되도록 많은 이야기를 남기고 싶어서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땡글이의 사진을 모으다보니

일이 점점 커지는 듯합니다.


그래서 일단 기억나는대로 순서 없이 남겨야겠다는 생각에

6월 5일 땡글이의 마지막 날 사진을 올려 봅니다...


이 날 새벽까지만해도 땡글이는

자기 잠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뽀뽀에게 짖어서 뽀뽀를 쫓아내고 당당하게 이불을 차지했었습니다.


그런데 아침 6시쯤부터 발작이 시작된 것입니다. 

물론 이전에도 발작이 두어 번 있었으나 금방 괜찮아졌었거든요

발작 시간도 길어지고 또 한 번 발작을 한 후 연속으로 두어 번 발작이 이어진 경우도 없어서

아무래도 이전과는 다른 상황이 온 것 같아 병원에 가기로 했습니다.

늘 다니던 병원이 하필 화요일 휴진이라 어쩔 수 없이 근처 큰 병원에 가기로 했습니다.


발작이 멈추고 똘망똘망한 눈으로 저를 보는 땡글이....

나는 괜찮은데 왜 호들갑이냐는 눈빛이죠... 역시 시크한 표정입니다.







발작이 멈추고 비틀거리면서도 자기 다리로 일어서고 싶어하던 땡글이의 모습입니다.

이 영상은 병원에 진료받을 때 보여줘야 할 것 같아서 찍어둔 것입니다.

자존심이 강한 땡글이가 혹시라도 마음 상했을까봐 잘 이겨냈다고 괜찮다고 칭찬해주었습니다.



안양동물병원으로 가는 차 안 

왠지 예감이 좋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이렇게 신경이 마비된 채로 살아야 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사진을 많이 찍어두고 싶다는 생각으로 차 안에서 땡글이 사진을 찍었습니다.

웃는 모습이지만 실은 숨을 가쁘게 내쉬고 있는 것입니다. ㅠㅠ





병원 대기실....

아빠 품에 안겨서 똘망똘망하게 저를 보는 눈빛....

몸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지만 눈빛만은 그대로입니다.



병원 진료 결과

이미 림포마가 많이 진행되었기 때문에

해줄 수 있는 것은 없다고...

경련 억제하는 약을 받았고

수액을 조금 맞는 중입니다.



땡글이는 자존심이 강한 아이입니다. 그런데 이날만큼은 저를 많이 찾고 의지하더군요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는 상태였는데 저에게 몸을 기대고 많이 의지했습니다.

또 제가 움직이는 대로 시선 역시 따라 움직였고요....

이 날 저는 지방에 가는 날이라 어쩔 수 없이 점심시간 쯤에는 이동을 해야만 했습니다.

다행히도 남편이 출근을 안 하고 땡글이 옆을 지켜주기로 했었지요


저녁먹을 때만 해도 집에 전화해서 상황을 들었고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올 때 문소리를 듣고 머리를 들고 누군지 확인도 했다고 했고요

밥도 먹고 물도 조금 먹었다는 소식까지 듣고 마음을 놓았었는데


제가 집으로 돌아오는 그 시간

땡글이가 갑자기 무지개다리를 건너 저 세상으로 떠난 것입니다.

제가 11시 쯤 집에 들어왔는데

땡글이는 30분 쯤 전에 세상을 떠났다는 것입니다.... ㅠㅠ


림포마 판정을 받고 많이 아픈 병이긴 해도

한번도 아픈 아이인지 티낸 적도 없었고

저를 힘들게 한 적도 없었고요

성격도 늘 그대로였고 주원이나 뽀뽀에게도 늘 당당하게 넘버1의 모습을 보여줬던

땡글이었는데

이 날 이렇게 갑자기 우리 곁을 떠난 것입니다...

ㅠㅠ


저는 땡글이가 아픈데도 해줄 수 있었던 게 없었어요

무엇을 해도 하나도 힘들지 않았는데

자존심 강한 땡글이..

아픈 모습 보이기 싫었고

또 저를 많이 좋아했기 때문에 이 엄마가 힘들까봐 이렇게 갑자기 떠난 모양입니다...






힘들어도 괜찮았는데 마음의 준비를 다 해두었었는데.... ㅠㅠ